동해안에 인접한 강릉기지는 한반도 영공방위의 최일선 기지로
6.25전쟁 중 한국공군의 첫 단독 출격작전을 실시한 곳이다.
당시 항공기는 F-51(Mustang)전투기로 전쟁발발에 따라 미군이 제공해준 항공기로
평양, 원산 등 후방 차단작전 임무를 수행했다.
그 중에서 전쟁 중 한국 공군조종사들의 위상을 높여준 '평양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
이 작전은 미 공군의 수 차례 실패로 인해 한국 공군에 인계된 작전이었다.
산 사이에 위치한 지리적 난점과 곳곳에 위치한 적의 대공포 화망 속에서
번번히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작전을 한국공군은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는 초저공비행을 통해
승호리 철교를 폭파하는데 성공한다.
그 외, 전쟁기간 중 총 8,500여회의 작전 중 7,800여 회의 출격임무를 완벽히 수행하여
공군의 살아있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강릉기지는 '전투조종사의 고향'이라고 불리우고 있다고 한다.
영공방위의 선봉장이라는 강한 자부심을 가진 강릉기지를 찾아가 보았다.
일출을 재촉이라도 하듯 이른 새벽부터 동쪽을 향해 달렸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구분이 모호한 회색 장막이 산기슭과 산등성이에 걸쳐진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차창 밖으로 높은 산이 보여지는 시간이 길어지고 귀가 먹먹해지면서 강원도에 가까워짐을 느낀다.
그렇게 4시간여를 차로 달려 강릉기지에 도착했다.
강릉기지 주변은 동쪽으로 드넓은 바다가 서쪽으로는 높고 긴 대관령이 위치해 있다.
산과 바다라는 극적인 조화가 만들어낸 풍경은 인공구조물인 비행장의 삭막함을 유화시켜주었다.
넓고 깊은 바다에서 솟아나는 태양의 뜨거운 기운과 높고 변함없는 산의 기운을 받아
거침없이 넓고 큰 원기가 가득차 있는 듯 했다.
F-5E/F의 공식 별칭은 '타이거 II'로 항공기 조종석 양 옆면에는 호랑이 2마리의 얼굴이 그려져있다.
KF-5E/F는 한국형 F-5로 미국의 F-5의 개량하여 1980년 라이센스 생산을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립한 항공기이다.
이를 기념해 제공호라고 명명하였고 항공기 본체 앞부분에 '제공'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
강릉기지은 F-5와 KF-5 계열을 운용하고 있는데 E는 단좌, F는 복좌식으로 구분된다.
항공기 정비를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F-5 기종의 이착륙 모습은 그 크기 만큼이나 가뿐하다.
쌍발엔진에서 뿜어져나오는 추력은 군살없이 날렵해 보이는 항공기를 순식간에 중력으로부터 해방시킨다.
경공격기인 F-5의 신속 기동성은 유사시 가장 빠른 스크램블(긴급 발진) 능력을 보증한다.
평시 동해상의 초계/감시를 통한 정보수집 임무와 유사시 후방 전력이 투입되기 전에
초기 대응 및 적진의 공세를 저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항공기이다.
강릉기지는 우리나라에서 해안선과 맞닿아 있는 유일한 곳으로,
다른 비행단에서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동해안에 위치한 까닭에 1월 새해만 되면 일출과 함께 항공기가 이륙하는 장면들이 보도되고는 했다.
하지만, 비행단을 돌아다니다가 목격한 아래 장면은 혀를 두르게 했다.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네덜란드령의 휴양섬으로 유명한 생마르탱섬의 프린세스줄리아나 공항의 장관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해수면 위를 저공비행하여 착지하는 모습은 잊지 못할 인상을 남겨주었다.
해안가 인근에 있으면 바닷물의 염분 섞인 바람에 의해 기계와 건축물의 부식이 가속화 된다.
그래서 강릉기지의 정비반은 타 비행단에 비해 항공기의 내/외부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부단하다.
이착륙시 이는 모래폭풍으로 인해 항공기 엔진에 끼는 이물질도 문제거니와
바닷물의 염분은 그야말로 엔진에 치명적일수 밖에 없다.
촬영 당일 운좋게도 항공기 세척작업에 여념이 없는 장병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흡사, 반도체 공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신체 어느 부위도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쓴 복장이 눈에 띄었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방진/방독 성능의 마스크과 커다란 소음방지용 귀마개를 하고 있다는 것...
항공기 엔진세척 방법인 '워터 워싱'과 '케미컬 워싱' 중 화학세제를 이용한 워싱을 위한 사전 준비가 한창이었다.
세척은 화학약품을 뿌린 상태에서 엔진을 공회전 시키고나서 부식방지 물질을 뿌려주는 순으로 진행되었다.
작업장을 나서는 장병이 독한 화학약품을 뒤집어쓴 고글과 마스크를 벗어내자
세척 결과가 만족스러운 탓인지, 아니면 수줍어서인지 모를 밝은 웃음을 드러냈다.
그의 수고로움에 나도 모르게 '수고했습니다'라는 말이 혀를 밀치고 나왔다.
여느날과 같이 해가 졌지만, 동쪽에 와있다는 생각때문인지 평소와 달리 조금 아쉬운 시간에 해가 진 듯한 느낌이었다.
동계 일과가 끝나기 무섭게 어두워진 비행단 곳곳은 야간비행임무를 위한 준비에 불을 밝히고 있었다.
정비사들은 항공기 안팍의 이상여부를 점검하고,
조종사들 역시 활주로를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기체의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한다.
외부인들에게는 짧은 시간 대충대충 기체를 살펴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숙달된 경력을 가진 정비사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의 방증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 하다.
이글루 안에서의 모든 점검이 마무리 되면 조종사들은 항공기를 이끌고 활주로로 향한다.
낮과 다름없이 우렁찬 엔진음은 육지와 바다를 깨운다.
어두운 활주로에 선 호랑이들은 두눈은 밝히고 먹이감을 향해 돌진하듯 하늘로 박차올랐다.
노후됐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세운 호랑이 F-5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동해안을 지키며 공군의 역사를 새로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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